아이들의 밴쿠버 학교에서의 마지막 하교.
마지막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마음이 헛헛해지고 감정이 애틋해 지는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둘째 아들이 선생님들과 반 아이들 모두와 포옹을 하는 모습보고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흐르지 못하게 또 살짝 웃었다.
유독 친하게 지냈던, 학교 들어가서 이년동안 같이 지낸 몇몇 친구들은 포옹을 해도해도 아쉬운지 좀 처럼 놔주지를 않는다.
빠이를 하고 주차장 가면서도 계속해서 안고 빠이하고 안고 빠이하고..애틋하다 애틋해.

걸어가는 친구들을 보고 자기도 걸어가고 싶다는 아들을 간신히 달래고 나의 슬픈 마음도 좀 달래고 난 후에야 첫째 아들을 데릴러 출발했다.
날씨가 좋아져서인지 밖에서 놀고 있던 아들이 먼저 아빠를 부른다. 이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들의 모습도 마지막이겠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또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흐르지 못하게 살짝 웃었다.
가방도 두고 오고 물통도 두고 오고 정신없는 아들한테도 오늘은 잔소리 대신 어이없는 웃음만 나왔다.
친구들과 헤어지는게 아쉽다는걸 알기에 오늘은 운동장에서 맘껏 놀다 가려고 했는데, 암말도 안하니깐 집에 도무지 갈 생각을 안하고, 해도 슬슬 넘어가서 추워지는 탓에 결국 내가 먼저 집에 가자고 했다. 졌다.

한국에서 어설프게 영어를 가르쳐서 캐나다오면 안좋은 습관이나 발음 등이 생길까봐 알파벳 정도만 가르치고 왔다가 첫 등교 하는날 너무 급격하게 걱정이 됐던 것이 생각났다.
캐나다 오면서 아들 학교에 대해서 알아보지도 않고 누나가 구해준 집으로 인해 정해졌던 학교였는데 운이 좋았던것 같다. 캐나다 올때까지만 해도 아이의 학교는 우리 가족의 큰 변화를 주는 결정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았다. 첫째가 학교에 들어간 이후부터 아들의 학교 중심으로 우리 가족의 생활 반경과 패턴이 결정되었다.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릴러 오면서 매일같이 지나다닌 오솔길을 걸어 나오는데 발이 정말 너무나 무겁다고 느꼈다. 아들에게 왜 니네 학교 떠나는데 아빠가 마음이 이렇게 헛헛하냐 물었더니 씨익 웃는다. 아들이 쿨한건지 아빠가 나약한건지. 아들이 쿨한것도 있지만, 사실 토론토 가기로 결정하면서 첫째에게 얘길했을 때 첫 반응이 '졸업은 여기서 하고 싶다'였다. 게다가 눈에는 눈물이 머금어져 있고... 그때는 정말 토론토 이주 계획을 취소해야 할 만큼 마음이 너무 아파서 와이프와 많은 고민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토론토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자 친구들에게 언제 말해도 되냐며 계속해서 보채는 다시 또 쿨한 아들로 돌아왔다.
우리 아들의 첫 학교이자 나의 학부모로서의 첫 학교, 그리고 밴쿠버에서의 마지막 학교에 많은 아쉬움과 추억을 남기고 우리는 도넛을 먹으러 갔다.

'log in Vancouv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번츤 레이크 Buntzen Lake (1) | 2024.03.31 |
---|---|
토론토 이삿짐 (1) | 2024.03.30 |
치킨 무비 데이 (1) | 2024.03.27 |
해외이주신고 (2) | 2024.03.17 |
화이트 데이 (2) | 2024.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