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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이삿짐

by Yong & Youngs 2024. 3. 30.

토론토 이주를 결정하고 가구와 짐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와이프와의 많은 대화와 의견 수렴 끝에 결론은 '최소한의 짐만 가지고 가자' 였다.
이삿짐 업체와도 최소한의 짐을 예상해서 가계약을 했다. 물론 도중에 변경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있다는 조건도 함께였다. 
짐을 정리하면서 정말 많이 버렸다. 버리고 버려도 버릴건 계속 나왔다. 사실 우리는 쓰레기 사이에서 살고 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처리를 해도 결국 짐은 처음의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왔다. 

큰 박스 18개, 작은 박스 7개와 마지막까지 고민한 후에 우리와 함께 하기로 한 소파와 박스에 들어가지 않는 물건들 몇개까지 해서 짐 정리가 완료 됐다.

이삿짐 업체 - 코쉽


약간보다 조금 더 많이 강박증과 결정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이삿짐 싸는건 너무나 큰 난관이고 난국이고 난제이고, 또 뭐가 있나.. 토론토로 가는 길의 난항이었다.
버릴지 팔지, 정리하면 토론토가서 어떻게 다시 살지, 살 때 비용은 얼마나 들지 등을 계속 생각하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짐을 싸고 싶었지만 정신적으로 긴장감과 강박만 유지한채 체력적으로 간신히 버틴 일주일이었다. 
사실 이번 기회에 아이들과 함께 미국 횡단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횡단 여행을 위한 날짜를 확보하고 일정을 정리하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계속 머리 속에 자리 잡고 있어서 더 복잡한 나의 정신상태였다.
여러 이유로 결국 미국 횡단은 포기를 하게 됐고, 이삿짐 업체와의 짐 인계 날짜도 미루게 됐다.

소파와 나머지 짐들의 커스텀 포장


짐을 정리 하는 시간이 조금 더 확보가 되었지만, 중요한 일을 빼먹고 있는 듯한 느낌 때문에 불안한 마음은 지워지지 않았다. 짐을 인계하고 나서도 밴쿠버에서 정리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계속 불안하긴 했지만, 짐을 인계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겠지 라고 스스로 설득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이사를 위해 이삿짐 업체를 찾아볼 때 '평소처럼 출근하고 퇴근은 이사한 집으로' 라는 광고를 본 기억이 난다. 

한국이 좋다.

휑한 거실


애착이 있었던 물건이나 정말 잘 쓴 물건들을 버려야 할 때, 고마웠다, 편히 쉬어라, 안녕 등과 같이 인사를 하고 보내는 루틴이 있다. 가끔 정말 눈물이 난다. 와이프와 세계여행 중 스위스에서 운동화를 보내야 할때 처음으로 생긴걸로 추정된다.
이번에 짐을 정리하면서 가지고 갈지 버릴지 고민이 많이 된 시계를 와이프와 태영이에게 버리자고 물어보니 둘 다 서운해 한다.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 중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와이프가 말하고, 태영이가 자기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있었던 시계 아니냐고 물어보고, 한국에서 살 때 이 시계가 찍혀 있는 집안 사진들도 아직 핸드폰에 남아있고 등이 생각나면서 결국 토론토에 같이 가기로 했다. 
난 이미 작별 인사 다 했는데..
나만 나쁜 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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