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데이다!
어쩌면 밴쿠버에서 맞는 마지막 화이트 데이 일 수도 있을것 같다.
당연하겠지만 여기서 화이트데이는 아무날도 아니다. 그냥 오늘 날씨가 좋고 애들도 밴쿠버 학교에서 마지막 남은 이틀 중에 하루이고 해서 사진을 찍어봤다.
이제 봄이 오는가 싶어서 설레야 할 시기에 마음과 머리는 토론토로의 이주로 복잡하다.
밴쿠버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혹시나 모를 아이들과의 여행을 위해 블로그를 개설해보긴 했는데 뒤숭숭한 마음과 복잡한 머리 상태로 얼마나 포스팅을 하게 될 지는 모르겠다.
이주를 위해 정리 목록을 몇번이나 만들어봐도 뭔가 불안하고 안절부절한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우선순위가 없는 일들과 그 일들과 연관되어 해야 할 일들이 자꾸 머리속에서 맴돌아서 목록으로 정리를 해봐도 언제 해야 할지 정확히 확정 할 수 없는 일들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일들 때문에 복잡한건 매한가지다.
와이프가 있을때는 우선 정리해야 하는 물건들부터 정리해보자 하면 그냥 따라서 물건을 정리했으면 됐지만, 지금은 지독한 결정장애가 뇌를 지배하고 있는 나혼자라 뭘 할 수가 없다.
그나마 해치운 큰 일 중 하나는 이주 이사 계약을 마무리 했다는 것.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은 가장 심플하게 이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삿짐 전달 날짜에 다행히 엘리베이터도 예약이 가능했다.
보통의 경우에 이삿짐 나가는 날 이사도 같이 나가니깐 별 문제가 없는데 우리의 경우 이삿짐을 먼저 부치고 우리 가족은 조금 더 후에 나가게 돼서 아파트 관리소에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했는데, 관리사무소의 너무나 쿨한 답장에, 높은 확률로 많은 고민들이 쓸데없는 고민이 된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한국말을 영어로 전달할 때 그 어감이 어떻게 들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예의있게 쓰고 싶은데 혹시나 딱딱하게 들리진 않을까, 겸손하게 말하고 싶은데 어리숙해 보이진 않을까 하는 등의 느낌과 어투에 대한 무지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영어에 대한 학구열은 점점 식어가는데, 영어 못해요란 겸손은 더이상 떨고싶지 않은, 영어권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참 모순적인 마음으로 살고있다.
그런데 이거에 적응하고 나면 또 여기도 지겨워 질려나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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